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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4시집
2025.05.17 12:38

엔터로프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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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로프 아일랜드 / 이월란

 

 

 

소금호수가 낳은 섬에 가면

모래 속에 숨은 칼라하리의 짠바람이 산다

부시맨들은 미어캣의 그림자 사이에 별똥별을 숨기고

깊이깊이 숨긴 것일수록 다이아몬드가 된다는데

태양의 천사 티몬은 온종일 가슴과 배를 까고 햇살에 꽂힌다

 

물이 낳은 사막이라니

양수가 사라진 뱃속에서 꺼낸 아기는 아홉 달 내내 거꾸로 있었다며

한쪽 귀가 접혀 있었다

이야기에 목마른 날이면 한쪽 귀가 접히듯 반도가 되는

뷰 포인터마다 갇힌 물속에 인덱스 핑거를 담그고

소금과 호수와 섬과 사막을 가지런히 접는다

 

염도 높은 부력으로 둥둥 떠 있던 사람들은

갇히기 좋은 텐트 속으로 숨어들고

꼬리 검은 사슴을 잡으러 오는 사냥꾼들은 방충 스프레이를 뿌린다

손맛을 알아버린 소금호텔에서 아침을 꺼낸 사람들은

향수냄새에 아우성치며 달려드는 날짐승에게 쫓겨 다니다

약속의 땅에 폐허만 남겨두고 사라진다

 

가라앉을 일 없는 물 위에서 가라앉을까 두려워하며 사는 일

백태 낀 눈에 담긴 하늘을 푸르게 물들이는 일

불시착한 별들을 건져내어 밤새 말리는 일

 

소금광산에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지 못했다는 말처럼

높이 없이 깊어만 져 배수구가 없어도 넘치지 않는다

물새도 날아왔다 날아가는 소리

염분을 견뎌내는 하등동물은 외계로 흘러가는 중이다

 

뿔이 갈라진 영양은 거푸집으로 서 있고

한 뼘씩 덜어내는 출렁임으로

목마르면 발 뻗어 육지가 되는 소수민족 같은 꽃이 핀 언덕에

홍적세의 매머드 같은 바이슨이 뛰어다닌다

  

 

*유타주 소금호수에 있는 가장 큰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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