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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4시집
2025.05.17 12:36

번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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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탄 / 이월란 

 

 

불을 잃어버린 엄마는 불에 덴 듯 뛰어다녔다

발등에 떨어진 차가운 알을 품는 남극 펭귄처럼

곧추선 다리 사이로 불씨를 낳으면

몸에서 꺼낸 것이 모두 화근이 되었음에도

 

어둠을 꿰뚫어 보는 그녀는 밤눈 어두운 야행성

왜 춥고 배고픈 밤에만 꺼졌을까

영하의 밤이 불의 기원이 되기까지

깜빡이며 눈 맞춘 수천 개의 구멍은

사라지지 못해 살아지던 여백

 

어둠과 재와 불꽃의 삼위일체여서

밀린 구석에 한 장 한 장 쌓아 올린 떠도는 마음은

어느 곳에서 타올라도 이상하지 않아

 

연탄가스와 김칫국물을 연달아 마신 딸들이 살아났을 때

토해낸 것은 불꽃 대신 살아난 불의 여신

 

불 눈 맞추느라 어린 눈 지나쳐버린 미혹한 시절

젖은 운동화는 아궁이가 키우고

힘주면 바스러질까 살금살금 어둠 속으로 들어가던 여자

먹구름 사이 섬광처럼 타오른 것은

처음과 마지막 사이에 끼워둔 점화의 순간

 

피우지 않아도 재가 되어버린

화상 자국 위에는 살이 붙지 않는다

어둠이 오면 내가 탈까

얼어붙은 내리막길에서도 타다 남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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