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 이월란
경계를 물색 중이다
두 장의 사진 사이에서 발을 빼는 중
어느 한 쪽에 무게가 실린다면
눈 내리는 왼쪽과 파도 소리 선명한 오른쪽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옳고 그름의 경계는 경계해야 한다
두 눈 사이 세 번째 눈이 있다
헛것을 본 듯
헛것을 보듯
소복소복 지워지고 있는
사진 속의 눈도 벌써 새 눈 아래 덮여 있어
관계 사이에서 애매한 존재가 되어간다
센서등의 반경에 들어온 듯
착각이 깜빡일 때마다 파도 소리가 들릴 것이다
여섯 시간의 비행처럼 밀물이 밀려나기 전에
망가진 전화기 속에서 건져낸 와이키키 해변이 다시 업로드되었다
겨울 눈밭에서 여름을 보는 것은
북극에서 펭귄을 찾는 것만큼이나
남극에서 곰을 찾는 것만큼이나
그 이상의 꿈이 되었다
그렇게 방전된 전화기처럼 폐기되었다
과거는 기억의 경계를 넘지 못한다
눈 밑에서 눈이 녹아내리고 있다
밟아 온 모래밭이 인공 해변이라는 가이드의 말이 씨가 되어
푸르게 찰랑이는 수평선과 하얗게 삭제되고 있는 지평선 사이
천 개의 사진은 천 일의 꿈처럼 더 이상 인화되지 않는다
마우이 섬의 거북이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눈밭과 모래밭 사이
차별 없이 공존하는 세 번째 눈이 밝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