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을 잃어버렸다 / 이월란
-붉은 점과 핏방울이 만나 바늘이 된 이야기입니다-
작고 반짝이는 것을 주머니에 넣고 싶었던 어린 마음에서 시작되었을까요
같은 방향만을 고집하던 손가락이 뾰족해지면서일까요
자라면서 가늘어질 수밖에 없는 질량불변의 법칙 때문이었을까요
시작을 알 수 없는 것들로만 가득 찬 세상이니까요
잃어버린 것만 생각하다 보면 잃어버린 것을 닮아갑니다
어딘가 찔려 본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한순간도 뛰지 않으면 허물어지는 심장을 타고난 이래
잡히지 않음이 모두 반짝이는 통증으로 수렴되는 사이
침대 위에선 악몽이 되고 맨발은 위태로워집니다
봉합되길 원하는 벌어진 곳 어디쯤
잎겨드랑이를 뚫고 오르는 바늘꽃처럼 만발해집니다
한 걸음씩 뒤로 가보아도
몇 바늘 꿰매다 놓쳐버린 상처 위에서
다시 제자리에 꽂지 못한 기억밖에 없습니다
실 끝을 잡고 끊임없이 풀어내다 보면 그 끝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난 길들을 거스르고 싶어집니다
이렇게 오래 찾을 수 없는 거라면 이미 몸속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르죠
똑바로 서 있기가 힘든 날은 더욱 의심스러워집니다
혈관을 흘러 다니다 튀어나온 순간의 진실에 찔려도 좋을
온몸이 따끔거리는 번식의 계절
보이지 않는 곳에선 물고기 한 마리 낚이고 있을까요
생리통에 몸이 구르던 어린 방바닥은 모래밭처럼 넓어집니다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거예요
주사약이나 바람이 통과하는 미로처럼
빈 술통 뚜껑을 향해 던지던 부러진 화살촉처럼
단도보다 은닉하기 좋은 암살용 무기처럼
독이라도 발린다면 대단해지는 위력이 따라다닙니다
잃어버린 것이 바늘만 아니었어도 정말 행복했을까요?
아직 오지 않은 통증은 만일이라는 약을 자꾸만 떠올립니다.
잃어버린 뾰족함 꼭 그만큼씩 뭉툭해져 가고 있습니다

